Posted in Electronic Music | 5 Comments
덥(Dub)과 덥스텝 (Dubstep)
덥(Dub)과 덥스텝 (Dubstep)
수많은 가지들 사이에서 엮이고 엮여 굵은 줄기로 이어지는 듯한 전자음악의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일이다.
많은 수의 전자음악 뮤지션들은 기존의 틀을 깨려는 속성을 가지고
장르와 문화를 비밤밥처럼 섞어버리는 일을 거리낌 없이 행하기 때문에
지극히 작은 세부적인 시도까지 일일히 기록하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히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리쓰너들은 자신이 처음 접했거나, 가장 좋아하는 형태를 곧 장르의
형태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누가 어떤 장르를 처음 시작했고,
이론적으로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문화 및 사회 현상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특정 장르의
컨셉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그나마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I. 덥(Dub)
1. 덥의 출현
덥(Dub)은 레게에 뿌리를 두고 발전된 전자음악의 장르이다.
턴테이블이 탄생되고 나서부터 많은 호기심 많은 개척자들은
이것으로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는데,
그에 대한 대답으로 미국이 힙합이 탄생시켰다면, 자메이카에는 덥이 있었다.
1960년대 말을 기점으로 기존의 음반으로 부터 소리를 추출하고 다른것과 섞고,
이펙트를 더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시도가 있었는데, 덥씬의 디제이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서 디제이와 프로듀서간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새로 만들어진 사운드는 복사로 만들어 지는 작업 스타일로 인해 덥(Dubbing 더빙)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덥이라는 단어가 덥플레이트 (Dub-plate)에서 나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덥플레이트란 바이닐 레코드가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 만들어지는 아세테이트(acetate)로 만들어진
시험판 디스크를 말한다. 초기의 덥 디제이들은 이 시험판 디스크에 여러가지 믹싱 테크닉으로
녹음을 하며 장난을 치곤 했는데, 기존 음악의 구조를 바꾼다거나, 보컬을 빼버리고 드럼과 베이스를
증폭시킨다던가, EQ로 음색을 바꾼다던가 하며 연주 위주의 트랙을 만들어 B-Side에 수록하곤 했다.
(싱글 음반에 인스트루먼털, 또는 리믹스가 실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날 보컬을 빼고 연주만
수록하거나 보컬 없이 리믹스 한 트랙을 덥, 또는 덥플레이트로 부르기도 한다).
덥은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자메이카만의 독특한 문화에 힘입어 발전하게 되는데,
쉽게 말해 한국에서 부르는 ‘그룹 사운드’와 비슷한 문화로, 사운드 시스템은 디제이, MC, 그리고
사운드 엔지니어 크루가 모인, ‘파티 공연 집단’ 이었다.
각각의 사운드 시스템들은 저마다의 덥플레이트를 만들어 실력을 알렸으며,
서로를 도발하거나 경쟁하곤 했다.
‘이번에는 과연 누가 더 실험적이고 괴상망칙한 트랙을 만들어 내는가?’ 하며 겨루는 동안
덥이라는 장르는 전위적인 전자음악으로 발전하게 된다.
힙합이 배틀과 디스를 통해 플로우를 겨룬다면, 덥씬은 테크놀로지와 실험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측면과 동시에 전문 장비가 비교적 공급되지 못한 자메이카 음악 프로덕션의
환경은 덥의 성격을 결정짓는데 한몫하게 된다. 워낙에 열악하다 보니 턴테이블과 믹서,
그리고 음반이 악기처럼 사용되었는데, 기존의 음반에서 ‘샘플링’으로 반주를 가져와야 했고,
EQ를 이펙터 처럼 사용해야 했고, 리버브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등 기존의 룰을 어기는 작업
스타일이 나타나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것은 오늘날 수많은 디제이들의 작업 방식이라는 것이다.
2. 덥 사운드
덥의 음악적 특징을 꼽으라면, ‘공간’이다.
딜레이와 리버브를 통해 환상적인 공간의 Air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중간 중간 드롭을 통해 소리를 없애고 무음의 상태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잠깐동안 리쓰너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저마다의 공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덥이라는 단어는 뮤지션들 간에 장르를 떠나 특정한 ‘스타일’로 통용되기도 한다.
전자음악의 세계에서 덥이 가지는 위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덥이라는 장르가 사운드적인 면을 떠나 음악 프로덕션 자체에 획기적인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을 해체, 및 재조립을 하면서 장난을 친다거나,
악기, 장비, 테크놀로지를 전혀 다른 방법과 관점으로 사용하는 시도는, 마치 TB303의 이야기 처럼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소리’를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때문에 덥이라는 단어는 실험, 및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장난 같은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II. 덥스텝 (Dubstep)
1. 덥스텝의 발현
덥스텝은 덥을 기반으로 수많은 다른 장르들을 섞는 실험과정 속에서 발현(emerge)되었다.
Drum ‘n’ Bass, Break-Beat, 2Step Garage, Trance, Electro, Grime등의 대표적인 장르들의 속성이
흡수되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하위 장르와의 결합이 가능하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덥스텝 자신이 이종교배의 과정에서 태어난 산물이며, 한가지 개념으로
정의되는 것을 거부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위의 장르들을 보면 대충 연상이 되겠는데, 원산지는 UK. 2000년도에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여
올해로써 10년이 지난 나름 숙성되어 제법 깊은 향과 맛이 나는 장르다.
덥의 출현 시기를 살펴보면 이 신종 장르가 10년산 묵은지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덥스텝이란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2002년으로, Ammunition Productions에서 자신들의 음반을
소개할때 사용한 단어에서 장르적인 명칭으로 굳어져 버렸다.
요즘 영국과 미국에서 각광을 받으며 떠오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과거 하드하우스와 대조를
이루던 엠비언트 무브먼트와 비슷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2. 덥스텝의 사운드
기본적으로 Dub의 킥에 2-Step Garage의 비트를 얹은 형태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덥을 들으면서 고개를 한번 끄덕일 것을 덥스텝은 두번 끄덕이도록 만든다.
스텝이라는 말이 붙어 있으나 드럼엔 베이스의 리듬과 섞이는 일도 많다. 사용되는 패치들은
최신 전자음악 장르의 간판 패치들이지만 리듬 자체는 원시 부족의 집회를 보는 것 같다.
느긋한 리듬 위에는 몽롱하게 신세계로 인도하는 패드가 갈리고, 이것들을 강렬하게 야수처럼
울부짖는 리스/와블 서브베이스가 지탱한다. 각각의 장르에서 가져온 엘라멘트들은 덥 리듬 안에서
멋지게 이루어 지는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튀어나갈 듯한 드럼엔 베이스의 패치는 목에 사슬이
걸린 듯이 덥스텝의 리듬 안에서 조련되어 진다.
타 장르에서 엑기스만을 가져온 특징 때문에 여러 장르의 전자음악을 많이 들어온 리쓰너에게
요독 인기가 많다. 자신이 아는 유명한 패치나 리듬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새롭게 리메이크된 고전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덥스텝은 사운드적인 측면으로는 지극히 도시적인 음악으로 도시속의 나약한 자신, 꿈, 환각,
또는 분노의 메세지를 담기도 한다. 이러한 메세지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등에서 샘플링 되어지는
중간 중간의 나레이션으로 전해지거나 사운드 스케입을 연상 시키는 패치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리고 부시고 총을 장전하고 발포하는 등의 소리가 음악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우스나 힙합, 트랜스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덥스텝은 상당히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매니악한 소수에게 인기있는 사운드나 구성도 한몫 하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트랜스 되어 버리는
댄스플로어를 위한 음악이 아닌, 저마다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지도 않고, 엑스터시에 빠져 황홀경 안에서 허우적거리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상상으로 불타오른다. 때문에 사운드 스케이프를 통한 명상이나 엠비언트와도
깊은 관계를 가진다.
덥 프로듀서들이 기존의 음악 장비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제작했다면, 오늘날의 덥스텝
프로듀서들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리즌, 또는 프루티 룹스와 같이 전문 프로덕션에서
‘장난감’ 취급을 하는 저렴한 소프트웨어로 만들기도 하며, 음악적 이론, 사운드의 퀄리티나 툴에
상관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며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과거 덥플레이트로 장난을 치는
모습과 비슷하다. 비싼 장비가 없어 구할 수 있는 저렴한 것으로 시작하고, 자신이 만든 곡을
덥플레이트로 굽듯 씨디와 MP3로 바운스 하며 유투브, 휴대폰으로 배포하며 스스로를 프로모션
하는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메이저 대열에 끼지도 못하고 대우도 못 받고 있는
드럼엔 베이스를 생각하면 덥스텝은 국내에선 여전히 반주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거라 생각하지만,
장르적인 성격상 한국적인 장르 – 트로트와 국악까지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지극히 한국적인 덥스텝이 나올 확율은 높다고 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덥스텝을 당분간 성인을 위한 트랜스라고 말하고 싶다.
드럼엔 베이스가 식상하거나, 트랜스와 E에 지쳤거나,
여자 꼬시기로 혈안이 되있는 R’n'B 댄스플로어가 진절머리 나는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린 골수 레이버 들에게 덥스텝을 추천한다.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전자음악의 장르는 구분짓기 정말 힘든데 글에서 잘 정리하신 것 같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전자음악 분야는 배울게 끝이 없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포스팅 많이 하시길!
처음들어보는 장르라 어렵네요…^^ 그래도 잘배워갑니다.
재밌는글 잘 읽었습니다.
골수정도는 아니지만 한획을 그었던 레이버인 저로써도 덥스텝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개인취향때문인가 봅니다. 외려 Nu-Rave쪽이 그나마 좀더 정감이 가던데. 아무래도 갱스터힙합의 시대를 거치면서 전혀 느껴보지못한 80년대의 New Wave판타지의 대리만족이라 할수있겠네요.
다음기회엔 누-레이브편도 한번 펼쳐주셔요. 감사합니다.
anyone know where I can go to hear some filthy dubstep? I just moved to Korea from the Bay Area, California… any information is appreciated.
So… you want some Dubstep clubs in Korea? Dude, I rather say forget it. You went to wrong place.
Dubstep and D’n'B are like a zombies there. Just don’t fit to atmosp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