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5
새벽 5시 반.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래의 아래로, 물고기 머리 위로 솟아오른 목성을 보았다.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도 밝게 빛나서 흐린 밤하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구름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피로해진 내 망막 위로 번진 빛은 정확하게 5갈래로 갈라지고 뿔이 달려 있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사람의 눈같기도 하고 양의 머리 같기도 해서
나는 비로소 왜 옛날 사람들이 별을 오복성으로 그렸는지를 세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나는 이 별의 이름을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작정했는데
들고 있던 아이폰이 그것이 목성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맨 눈으로 행성을, 그것도 목성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성이란 존재는 나의 상상속에서 탈출구이자 자유, 그리고 낙원을 상징하는데
나는 목이 아픈것도 잊고 담배가 다 타들어가는 것도 잊고
넋을 잃고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별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현실에선 반짝이는 별이 아닌
죽음의 행성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별이었다.
20100814 전자소년의 일기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라 그런가.
이제는 이 길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눈의 띌만한 뭔가를 이룬 것도 아니고
원대한 목표를 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같은반 여자애들 호감을 사려고 했던 것 같아.
괜히 기타나 어께에 메고 다니고 말이지.
그런데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이걸 좋아했나?
좋아는 했었지. 모든것을 걸겠다고 하기도 했고.
왜 그랬을까? 어려서 그랬겠지.
어릴땐 쉽게 말하자나.
결심했다고.
꿈을 지키겠다고.
사랑한다고.
영원할 거라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이것을 좋아하거나 사랑을 했다기 보다는
이것 밖에는 할 줄 아는게 없었기 때문에 좋아했던 거고
이것 말고는 사랑할 게 없었기에 사랑했던 거 같아.
많은 사람들이 별안듯 내 인생으로 들어와서
10대때 20대 초반에 흥미거리로 찔러보곤 빠지는데
하지만 나는 계속 이곳에 남아있지.
말로는 정말 때려칠거야 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나에겐
이젠 이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야.
가장 행복했을 때는 20대 초반까지였던 것 같아.
졸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고 나면
180 달라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볼 수 있거든.
왜 드라마에서 그런거 많이 나오자나?
근데 그거 진짜더라고.
웃으며 잘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웃음을 멈추고 쯧쯧거리며 정신차리라고 말을 한다면
축하해, 당신은 망상에 빠져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내가 했던 것은
가치를 잃어버리고 마는 거야.
시간에 쓸려 흘러가다 보면 말이야
꿈이라던가, 초심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그냥 모래알처럼 흩어지듯히 부서져 버릴때가 있어.
그리고 나도 같이 부서져서 강처럼 흘러가지.
모래성 같아.
그동안 들인 돈, 노력, 시간, 고통, 연습, 인내
모두 모래성 처럼 흩날리며 사라져.
그런데도 좋냐고?
왜 하냐고?
모르겠어.
이것은 더 이상 좋고 싫고 간의 문제가 아니야.
얼마를 버는가, 가능성이 있는가의 문제도 아니고.
너무 오랜동안 묻혀 있어서
이게 뼛속까지 스며들어
그냥 내 인생이 되어버린 거야.
어떤 사람들은 가망 없으면 빨리 때려 치라고 말하는데
선택 할 수 있는것이 아닌거야.
동경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막상 책임져 주지는 않아.
내 인생은 내가 털고 일어서야지
다 털고 일어서고 나면
그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반겨준다.
나 같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에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곳에 남아서 철면피 깔고 살아갈지
술자리에서 현재의 메이저와 근성 없는 뮤지션을 한탄하며
아름다운 과거를 말하다 출근하는 사람이 될지
선택을 해야만 하지.
후자의 사람들은 말을 해.
똑바로 해야 한다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요즘 세상은 썩었다고
그러고 자신들은 빠져.
뭔가 원대한 꿈을 원하겠지만
드라마틱한 전개를 원하겠지만
그리고 그 고통 가운데서 피어날 히트곡을 원하겠지만 말이야
그건 영화야.
현실은 말이야
돌이킬 수 없는 이 길로 흘러가 버리는 거야.
빼도박도 못할바엔
차라리 즐기면서 말이지.
어쩔땐 이런 상태가 편하긴 해.
적어도 목표가 있고 방황하진 않으니까.
꿈? 대작? 인기?
몰라.
그냥 하나라도 더 만드는 거야.
그래서 난 더 이상 음악을 사랑하지 않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고 싶거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철없는 꿈도 아니야.
그냥 이게 내 인생이니까
인생대로 살아가는 거야.
20100812 커푸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밀고 나가야 할때도 있는데
그냥 너무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다들 무모하다고 해도 하고 말아야 직성이 풀릴때가 있는데
사람들이 해주는 말의 80%는 부정적인 말 뿐.
다들 완벽한 척은 잘하는데, 말은 쉬우니까.
근데 직접 겪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려 보라고.
집세 내고 전기세 내고 일하고 세금 내고
세일즈도 하고 서포트도 하고 공부도 하고
그렇게 지치면서도 시간을 내서 음악 만들고 그림 그리고 글쓰고
만나서 이야기 하고 그걸 또 계속 하고
그래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아야 겠단 생각에
나 하나는 그나마 챙기면서 살아가고 있자나?
모은 돈도 없고 벌어도 또 작업과 음악으로 들어가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기나긴 고민 끝에
결심을 하고 20살에 했던 나와의 약속 때문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위한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기도 하고.
너의 그 재수없는 웃음하고 잘난 양복과는 비교도 안되는 소중한 거라고.
그래, 어떻게 할까, 너한테 돈이라도 줄까?
자선단체에 기부라도 할까?
그런데 관심있으면 직접 해보라고 나는 관심 없으니까.
나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러고 있는줄 아나
너가 잘 시간에 안자고 너가 놀때 안놀고
확실한 나만의 목표가 있으니까.
넌 아직 모르겠지.
5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다르게 만들어 버리는 지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인생은.
사람들은 작품이나 제품에 대해 퀄리티 라던가 좋고 나쁨에 대해
나무도 쉽게 평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고의 품질을 찾고 고뇌가 가득한 것을 찾으면서도
정작 그것에 대한 관심이나 서포트는 없다구.
가난과 고통은 왕관이야. 미래를 생각하며 즐겨라.
지금은 그냥 잉여로 볼 뿐이지만
근데 또 그렇다가 누군가 확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부터 응원했다는 등 뭐 그러는데
그게 얼마나 허영이고 위선이야?
그런데 그게 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난 너를 이해한다.
너는 너의 길에서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되라.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할 테니까.
너는 커푸트와 시계로 상대를 평가할 거고
나는 너가 즐기는 음악과 예술품으로 너를 평가하겠지.
어른들이 모두 그건 좋겠다 하는걸 해서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겠다.
그런 말을 반복하는 것은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너보다 기막히게 잘 할 수도 있지.
그런데 나같은 사람은 말이야
감이란 것을 믿어야 할 때가 있어.
그것이 너무나도 무모하고 어린애 같고 쓸데없는 짓 같아 보여도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목이 메고 죽을것 같은 그런게 있다고.
그래서 반드시 하고 말아야 내가 살아있는것 같은
내 마음을 믿어야 할때가 있어.
너는 이해 못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20100811
1.
흠, 그래. 좀 더 간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2.
어른이 된 후에는 무엇인가를 무척이나 갖고싶다 는 마음이 없어진것 같다.
무엇인가를 정말 사무치게,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금하게 되었다.
가치를 다방면으로 가늠하는 안목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였는 듯 하다.
어른의 세계는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내고 조언을 듣고 하지만
나는 가끔 맹목적으로 지르고 싶던 때가 그리워.
그냥 나도 모르게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매력적이어서
남들이 하는 소리가 안들리게 될 때까지 빠져들던 때가 말이야.
3.
사람들은 나이먹어 갈 수록 80% 부정적인 소리만 하는 것 같다.
그중 20%는 희망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시도하려 하고
그중 10%는 시도한 것을 성공을 하고
그중 0.00000000001%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4.
가구를 들인다는 것은 곧 안정을 의미했다.
빽빽하게 채워진 거실과 방을 보고 있으면 두가지 마음이 교체한다.
아늑하면서도 난 이제 여기서 움직이려면 무척이나 피곤하게 될거야 라는 생각.
도시 한복판의 고층 빌딩 단칸방에서 야경을 내려다 보던 때가 어제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 방과 내 거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답답하고 허전하다.
나는 아무래도 아직 덜 컸나 보다.
불편한 단칸방과 아무것도 없는 텅빈 거실이 그립다.
화려하고 시끄러운 도시 아래를 내려다 보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발코니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도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은 과거를 미화하기 마련이다.
Diary
실로 백만년 만의 브로그 포스팅.
한동안 눈이 너무 가렵고 아파서 맥 가까이 가기도 싫었다.
그런데 또 작업은 해야 하고.
쫒겨나긴 싫어;
요즘은 트위터가 너무 편해서
블로그에 올릴거 다 트윗 트윗 거리는 것 같아.
너무 춥다.
감기에 걸려 버렸는데
어느정도 혼자 살면 그냥 익숙해 져서
아파도 그만
안 아파도 그만.
도대체 눈이 왜 가려운 걸까?
그것도 이 와중에 말이야
훌쩍
아 코야…
앨러지라는데
이런 앨러진 싫어…
몇몇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몇몇은 시드니로 돌아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나도 왔다 갔다
삶이 그렇지 뭐.
